수잔 이야기 9/3/20

페이지 정보

nestm 10/06/2020 10:47 Read : 932

본문

수잔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6월이었다. 홈리스들을 지역의 관련 단체들과 연결해 주는 곳의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둥지밥상에서 그녀를 만났다. 응급으로 모텔에 머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40 후반으로 첫 인상은 다른 홈리스와는 다르게 깔끔했다. 모텔에 머무는 동안 동역하는 목사님들과 몇차례 만났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는 많이 충격적이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받은 형제들 간의 지나친 비교로 인한 열등감, 결코 지울 수 없는 고통스런 경험에 대한 가정에서의 억압, 그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로 결국 약물중독자가 되었고 12년간 어둠의 영에 사로잡혀 살고 있었다. 약기운이 떨어진 그녀의 모습은 참혹하여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신앙적 권면과 기도로 그녀는 과거의 어둠을 딛고 이제 하나님께 모든 소망을 두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래서 3개월간의 격리치료 과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한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그 과정에 들어가지 못했다. 말로는 자신의 정신과 의사의 실수로 3차례나 연기되었다고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작년 9월 마지막으로 보내온 메시지에서 그녀는 지옥과 같은 환청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거짓으로 가장하는 삶도 지쳤다고 했다. 또 검은색 옷을 입고 묘지에 누워 꽃들에 둘러 쌓인 채 더이상 환청이나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고 온 몸에 퍼진 독을 깨끗이 씻어내고 싶다고도 했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이틀안에 자신이 프로그램에 들어갈지가 결정된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다. 그후로 연락을 해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5월에 그녀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3개월동안의 치료과정을 잘 마쳤고 현재 3개월 동안 약물에서 자유하다고 했다. 워싱턴 중부 도시에 아파트를 얻어 입주했고 지역 교회에 나가 좋은 친구도 생겼다고 했다. 그런데 아파트 이웃들이 자신의 과거 이력을 알고 자신을 비난하고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생일날 지금까지 아버지로부터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을 3번씩이나 들었다고 기뻐했다. 자신의 영성을 다시 회복했고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2주전6개월째 약을 끊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곳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인근지역에서 새롭게 삶을 시작하겠다고, 대학에도 등록해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번이나 만나자는 약속을 했는데 아프다는 이유로 두번 다 못 만났다. 전화상으로 아파트를 구하는데 렌트비가 비싸 구하기가 어렵다고 도움을 청했다. 그래서 최근에 알게 된 약물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위한 회복의 집을 한 곳 소개해 주었다. 하지만 그곳에 방문해서 둘러보더니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가버렸다고 담당자가 연락을 해왔다. 그런데 어제 그녀가 전화를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곳이 자신의 안전이나 앞으로의 학업을 고려해 볼 때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그곳에 다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녀를 만난지 1년하고 3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참 많은 굴곡이 있었다. 그래도 연결의 고리를 놓지 않고 계속해서 연락해 오는 그녀가 고맙다. 그리고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녀를 통해 실제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둥지선교회는 오늘도 그녀의 영육간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그녀의 힘든 싸움에 지속적으로 함께 할 것이다.  

 

33 Articles Found / 1 Page
Our Story List
  • 오늘은 큰사랑교회에서 한국 소고기 전골을 준비해 주셔서 2 pots(50인분)을 서빙할 수 있었습니다. 김치, 다양한 스낵과 과일 및 의류와 후원금을 지원해 주셨습니다. 김경인 사모님이 커피를, Sabrina가 두종류의 샐러드를, 김정희 집사님이 과일과 야채 모듬을 준비해 오셨고 오랜만에 조윤경 자매가 어린 딸과 함께 와 서빙을 해주었습니다. 참 건강한 음…

    Read More
nestm   08/27/2021 06:51:00   996  인기글     
  • 오늘은 Darcies Laundry에서 세탁서비스로 모였습니다. 13명(15 loads)에게 세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 사이 23일 동안 correction center에 갔다 온 한 친구와 침낭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다른 친구가 세탁거리를 잔뜩 가지고 와서 두번씩 도와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세탁 상황을 점검하는데 지난번 서비스때에 세…

    Read More
nestm   02/23/2021 07:04:38   1131  인기글     
  • 지난 밤에 시애틀 큰사랑교회의 지인으로부터 soup와 후원금을 받아 아침에 끓여서 무료세탁장소에 가져갔습니다. 지난번에는 소고기 전골이었고 오늘은 닭고기 전골이었습니다. 전문가가 준비한 수프는 역시 달랐습니다. 끓이고 나니 한 pot 하고 절반의 많은 양이었습니다. Winter storm이 지나간 후라 길거리는 질척이는 눈때문에 여전히 다니기가 어려워서 그…

    Read More
nestm   02/23/2021 06:26:37   1118  인기글     
  • 오늘은 Blue Heron Café Sandwich Shop in Ballard에서 1 foot long sandwich를 스낵과 음료수와 더불어 준비해 주셨습니다. Blanket, socks, hats, gloves 등도 준비해 주셨습니다. 형제교회 긍휼사역부 직전 팀장님께서도 함께 수고해 주셨습니다. 간밤에 눈이 조금 왔고 날씨가 많이 쌀쌀해 친구들이 …

    Read More
nestm   02/23/2021 06:04:54   1080  인기글     
  • 1.어제 저녁 지인의 연락을 받고 늦은 밤 한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왔습니다. 교회 지하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를 깔고 지낸다는 소식을 듣고, 또 어제 저녁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이기에 찾아가 보았는데 자리에 없었습니다. 간밤에 열리는 쉘터에 간 건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영하의 날씨에  견딜 수 있는 침낭을 두고 왔습니다. 2.Tuesd…

    Read More
nestm   02/10/2021 15:44:05   1057  인기글     
  • Friday Laundry & Meal service @ the Darcies Laundry   오늘은 세탁서비스로 만났습니다. 1월에 5주가 있어서 연속으로 세탁서비스를 하다보니 오늘은 8명의 친구에게 세탁서비스를 해주었습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서 그런지 오늘은 세탁소 내부에 세탁물을 넣고 빼는 일 외에는 아무도 머물지 못하도…

    Read More
nestm   02/06/2021 15:34:55   1052  인기글     
  • 오늘은 지인께서 맛있는 soup을 한 pot 넘치게 끓여오셨습니다. 11시에서 1시 30분까지 한두명씩 오기 시작하더니 30명에게 수프와 빵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친구들이 지속적으로 오고 있네요. 3명에게 sleeping bag을 주었고 14명에게 내복(위,아래)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길거리의 생활에 많이 힘들어 하는 한 자매와…

    Read More
nestm   02/03/2021 16:39:16   1043  인기글     
  • 오늘은 Tuesday Soup Drive로 섬겼습니다. 정토회에서 재료를 제공하고 저와 집사람이 Tomato Chicken Bean Soup을 2 pots끓였습니다. 간밤에 응급쉘터가 open해서 그런지 많은 친구들이 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얼굴들을 세명 만나보았고 brochure와 더불어 둥지사역을 소개하고 지속적인 참여를 권했습니다. 시…

    Read More
nestm   01/27/2021 09:59:59   1090  인기글     
  • 지난 주말 4명의 친구들을 모텔에 넣어주었습니다. 한명은 트랜스젠더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친구입니다. 무료 샤워장소에서 만났는데 처음 보았을 때 복장은 여자인데 몸은 남자인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한겨울 추운 날씨인데 맨살에 짧은 치마를 입고 온몸에 멍든 것처럼 얼은 몸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본 친구들 가운데 가장 애처로웠습니다. 모텔로 갈 때와…

    Read More
nestm   01/26/2021 09:35:16   1215  인기글     
  • 1.오늘은 Free Showers 장소에서 meal service로 모였습니다. Teriyaki Plus의 권 집사님께서 치킨 테리야끼 30인분 + 1개(제 것)을 챙겨주셨습니다. 하지만 제 것까지 모두 나갔습니다. 친구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즐겁고 감사합니다. 김진석 목사님과 사모님이 커피를 준비해 오셨고 김 목사님이 식사기도를 해주셨습니다. 기도문을 미…

    Read More
nestm   01/23/2021 09:42:56   1163  인기글     
  • 얼마전 세탁서비스 하는 날에 한 홈리스 자매가 왔다. 그런데 눈은 실핏줄이 터져 뻘겋고 눈 아래 광대뼈 주변은 시퍼런 멍자국이 크게 낫다. 폭행을 당한지 거의 한주가 되었는데도 얼굴이 여전히 심하게 상해 있었다. 놀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어둑한 저녁 무렵 버스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폭행을 가했다고 했다. 너무 아파 쓰러져 누가 그랬…

    Read More
nestm   01/22/2021 12:30:22   1125  인기글     
  •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게 어제 일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마지막 12월로 접어들었다. 지난주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둥지선교회는 길거리에서 우리 친구들과 감사절을 기념했다. 남쪽밥상에서는 69인분의 감사절 음식과 더불어 감사절 선물(일반 마스크, 면도기, 비누, 치약, 칫솔, 샴푸, 핸드워머, 5불짜리 선물카드, 한국 방역 마스크, 털모자, 양말, 얼굴…

    Read More
nestm   01/22/2021 12:18:03   1089  인기글     
  • 3주전에 한 홈리스를 만났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머리를 짧게 깍고 있고 음성도 그렇고 당연히 남자인줄 알았는데 얘기를 나누어 보니 여자였다. 혹시나 싶어 도움이 필요한게 있냐고 물어봤더니, 자신은 퇴역군인(veteran)인데 이 지역 퇴역군인 서비스가 아주 불친절하고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작년과 올초에 독립한 퇴역군…

    Read More
nestm   01/22/2021 12:01:26   1096  인기글     
  •  어제 오후에 응급쉘터의 Lisa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정신장애가 있는 29살난 청년인데 처음 홈리스가 되어 오늘 저녁 쉘터도 문을 닫고 머물 곳이 없다고 했다. 일단 연락처를 받고 아는 모텔에 3일간 머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그 친구를 만나러 갔다. 처음에는 경계를 많이 하는게 나도 긴장이 되었다. 그는 201…

    Read More
nestm   01/22/2021 11:52:26   1157  인기글     
  • 어제 저녁 일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The Korean Houe’(in Marysville) 의 집사님 부부를 월마트 주차장에서 만났습니다. 오늘 봉사할 Soup 를 전달받기 위해서 였죠. 그런데 수프와 더불어 목도리 여러장, 마스크 한팩, 선물카드와 현금까지 챙겨주셨습니다. 매번 이것저것 챙겨주시니 황송하기도 하고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함께…

    Read More
nestm   01/22/2021 11:25:48   1152  인기글     
Search

Copyright © Nest Mission. All rights reserved.
Go To Top